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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LG는 반도체 사업 안 하나요?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11월 27일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수 천억에서 수 조 단위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흔히 국내 5대 그룹이라고 불리는 삼성, SK, 현대, LG, 롯데 그룹. SK와 현대가 최근 자리를 맞바꾸었는데, 이는 SK하이닉스의 지분이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개인적인 의문이 있었다. LG전자를 갖고 있는 LG그룹에서 반도체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LG 반도체" 라고 구글링을 하였고, SK하이닉스가 LG반도체와 현대전자에서 유래되었다는 것과, LG그룹은 사실상 반도체 사업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정리된 기사가 있어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내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 요약해보았다.

 

기업 역사를 다루면서, 기사엔 불가피하게 정치 관련 얘기도 포함되어 있다.

 

정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당시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록하고자 포스팅하였다.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맨 아래 Reference에 가셔서, 기사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옛날신문 보기] LG의 반도체는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구본무 회장 시절, LG는 반도체가 미래 사업이 될 거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재벌 빅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하지만 LG는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빅딜을 포함한 대기업 구조조정이 조만간 발표될 겁니다. 그동안 한 재벌기업이 빅딜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어제 알아본 결과 승복했습니다. 빅딜 성사를 위해 물밑대화를 꾸준하게 해왔으며, 박태준 자민련 총재가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과거의 고답적인 사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과거의 충격 요법을 지양하고 시장 경제원리에 따라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분명한 자료를 제시하며 이들을 설득해 나갈 것입니다.”

1998년 6월 10일,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여기에는 LG의 반도체 사업과 현대의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중복 과잉투자가 이뤄진 사업을 정리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 주도 빅딜의 이유였다. 

하지만 LG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대를 품는 게 아니고, LG의 반도체를 내어줘야 하는 일이었다. 전자가 주력인 LG 입장에서 반도체를 내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술력이며, 규모면에서 현대에 밀리는 사업분야도 아니었기에 쉬이 포기할 수 없었다. 


반도체도 동등지분에 의한 단일회사 설립에 합의가 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현대 측에서 입장을 바꾸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LG 입장에서는 반도체 지분을 절반씩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경영권을 LG가 가져오는 게 맞았다. 재무구조나 기술력, 모든 면을 종합해 봐도 LG의 반도체가 현대보다는 앞서 있었다.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빅딜이 없이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단일회사가 만들어진다면, 지배주주는 LG가 돼야 했다. 


결국 실사가 진행됐다. 실사를 진행할 컨설팅사는 미국의 아서디리틀(ADL)로 선정됐다. 전경련이 추천한 곳이었다. 

당시 LG 관계자는 “합의가 된 만큼 성실히 실사에 임하겠다”면서 “외부 실사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LG가 경영권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 측은 “ADL이 권위있는 컨설팅 회사”라면서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실사 당시 반도체 빅딜 불필요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전경련에서는 “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다른 내용은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반도체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했다. 

실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었다. LG는 결과가 예상됐고, 그래서 불안했다. LG는 급기야 빅딜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정부에 빅딜 포기 방침을 전달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1998년 12월 24일, 실사 결과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현대의 승.

“우리가 설정한 각종 평가기준 중 많은 분야에서 현대전자가 일관된 우위를 보여 통합회사의 경영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갖추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서디리틀(ADL)이 밝힌 이유였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금융권에서는 협박에 준하는 압박을 가해왔다. 

1998월 12월 25일, 금융감독위원회는 “25일을 넘기면서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끝내 LG가 불복하면 28일 주요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신규여신중단, 기존여신 단계적 회수 등의 제재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G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도체 빅딜 불필요론은 정부 차원에서 막혔고, 이제는 경영권마저 뺏길 판이었다. 반도체를 포기할 수도, 정부 주도 빅딜을 언제까지 거부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쯤되니, 현대가 나서 LG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빅딜 협의 처음부터, LG와 현대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현대는 빅딜에 적극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에 협조했던 현대그룹에 정부가 선물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이었다.

 

 

LG는 결국, ADL을 미국 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한다. 금감위가 주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예고한 ‘그날’이었다. 

 

 

마지막까지 구본무 회장은 고심했다. 그러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1월 6일, 김대중 대통령과 구본무 LG회장이 마주앉았다. 

“반도체는 선친이 물려주신 사업입니다. 기술력과 재무구조도 우수합니다.”

대통령의 표정이 굳는다. 구본무 회장은 물러설 곳이 없음을 느낀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진다. 답은 정해져있었고, LG만 결정하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이었다. LG는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심지어는 지분 100%를 모두 넘기며 경영권도 양보했다. 

“국가 경제를 위해 LG반도체를 포기하겠습니다. 기왕 포기하는 거 지분 전체를 현대에 넘기겠습니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으로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표현한 듯 보였다. 고작 30분만의 독대로, LG의 반도체 사업은 현대로 넘어갔다.

 

 

어찌됐든, 반도체 빅딜은 마무리됐고, 현대는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가 됐다. 

 

 

[옛날신문 보기] 정경유착?…DJ의 현대 밀어주기

 

“빅딜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빼앗겼습니다.”

억울한 LG의 호소에서 그칠 일은 아니었다. 분통터지는 LG라고 그냥 한 소리는 아니었다. 청와대와 현대의 유착관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유 있는 의혹 중 하나였다. 알면서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 구본무 LG 회장조차 힘없이 주저앉은 것이었다. 

 

 

시작은 김영삼 정부 시절 5년간의 보복을 견뎌야 했던 정주영 회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92년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던 해, 정주영 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 김영삼(43%) 후보, 김대중(34%) 후보에 이어 지지율 3위(16%)에 올랐지만, 결과적으론 낙선했다.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사고와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놓겠다.”

김영삼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을 향해 내뱉은 한 마디다. 이후, 현대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현대 계열사들은 국책은행 설비자금 일체를 쓸 수가 없었고, 공공기관 발주 공사도 막혀버렸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자 현대는 김대중 대통령과 손을 잡아야겠다는 판단을 한다. 그렇게 현대는 김대중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 거듭났다.

 

 

“대기업 한 곳이 거부해 안 되고 있다. 나는 빅딜을 간절히 바란다. 졸속이라도 해야 한다.”-김대중(1998.06.18.)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한 곳’은 사실 현대였다. 이때만 해도 현대는 DJ정부가 추진하던 삼각 빅딜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8월, 정주영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이후, LG에 반도체를 포기하라는 압박이 본격화됐고, 실사를 진행하는 등 반도체 빅딜에 속도가 붙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 ‘햇볕정책’이 있었다. 

 

청와대와 현대의 밀월을 향한 의심은 잦아들지 않았고, 빅딜을 향한 각종 비아냥도 다양한 표현으로 표출됐다. 

 

 

현대의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달랐다. 기아에 LG반도체까지 인수하느라 자금에도 여력이 없었다. 구조조정은 여러모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청와대는 “현대의 외형확대를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외형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해명은 했지만, 어딘가 시원하지는 않았다. 

정경유착, 현대공화국…사실 누가 뭐라해도 괜찮았다. 외형이 커진만큼 사업이 번창했다면…

 

 

[옛날신문 보기] ‘승자의 저주’…예견된 ‘현대반도체의 몰락’

사실 현대반도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았다. 

현대 입장에서는 LG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 속으로 만세를 불렀을 거다. 하지만 지분 전체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는 생각이 달랐다. 이미 기아차 인수로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을 때였다. 

LG가 가진 지분을 모두 살 자금이 없었다. 현대가 예상한 인수가 1조 2000억 원도 버거웠다. 하지만 LG는 5조4000억 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인수할 수 없다고 하기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반도체가 미래 산업이 될 거라는 데 확신이 있었다. 여러모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와중에 LG의 주력사업이던 D램의 경기 사이클이 변했다. 시장 규모 대비 D램에 뛰어든 업체가 너무 많은 게 탈이었다. 

반도체 가격 하락까지 더해졌다.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량 확대로 64Mb당 D램 가격은 1999년 10월 20달러에서 2001년 2월 3.8달러까지 폭락했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았다. 2000년 하이닉스는 2조486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 뒤엔 정부가 있었다. 이번에도 산업은행이 해결사로 나섰다. 

 

 

2001년 3월, 현대전자는 사명을 ‘하이닉스 반도체’로 변경하며 ‘현대’라는 이름을 떼냈다.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바람이 불었고, 미국의 마이크론이라는 인수후보도 나타났다. 

이쯤되니, 반도체 빅딜은 최악의 인수합병 사례로 꼽혔다. LG가 반도체를 내놓겠다고 한지 고작 2년만의 일이었다. 

그 해 8월에는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 기업으로 출범했고, 10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가 시작됐다. 

 

 

그렇게 주인 없는 회사로 10년, 2011년이 돼서야 SK 품에 안긴다.

 

 

> Reference

 

[옛날신문 보기] LG의 반도체는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옛날신문 보기] LG의 반도체는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 시사오늘(시사ON)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LG가 공들이고 현대가 욕심내던 반도체가 어쩌다 SK 품에 안겼을까?# LG전자에는 왜 반도체 사업이 없을까?구본무 회장 시절, LG는 반도체가 미래 사업이 될

www.sisaon.co.kr

 

 

[옛날신문 보기] 정경유착?…DJ의 현대 밀어주기

 

[옛날신문 보기] 정경유착?…DJ의 현대 밀어주기 - 시사오늘(시사ON)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빅딜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빼앗겼습니다.”억울한 LG의 호소에서 그칠 일은 아니었다. 분통터지는 LG라고 그냥 한 소리는 아니었다. 청와대

www.sisaon.co.kr

 

 

[옛날신문 보기] ‘승자의 저주’…예견된 ‘현대반도체의 몰락’

 

[옛날신문 보기] ‘승자의 저주’…예견된 ‘현대반도체의 몰락’ - 시사오늘(시사ON)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사실 현대반도체의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많았다. 현대 입장에서는 LG가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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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현대차 제치고 재계 순위 2위로…자산 52조 원 증가

 

SK, 현대차 제치고 재계 순위 2위로…자산 52조 원 증가

SK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자산총액 기준) 2위로 올라섰다. 5대 그룹 내 순위가 바뀐 것은 12년 만이다.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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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서열(자산총액 기준) 2위로 올라섰다. 5대 그룹 내 순위가 바뀐 것은 12년 만이다. 상위 5개 기업집단(삼성·SK·현대차·LG·롯데) 내 순위가 바뀐 것은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SK가 2위로 올라선 것은 반도체 매출 증가 등에 따른 SK하이닉스 자산 증가(20조9000억 원)와 SK케이온·SK어스온·SK멀티유틸리티 분할 설립에 따른 자산 증가(7조9000억 원)가 영향을 미쳤다.

 

 

+ 같이 보면 좋은 영상

 

LG의 눈물, 다시보는 반도체의 역사

https://www.youtube.com/watch?v=OQdxLrWFP-E